2024. 3. 24. 18:41ㆍ리뷰S
오늘이 가면 또 오늘이.
기상캐스터 필 카너즈(빌 머리)는 매사에 불만과 투덜거림뿐인 남자. 늘 찡그린 표정에 무신경한 태도로 사람을 대하기 때문에 동료로부터의 평판도 좋질 않다.
필은 방송 스태프 리타(앤디 맥도웰)와 함께 펜실베이니아 펑서토니[Punxsutawney:]로 성촉절 취재를 떠났는데, 매년 왔던 행사라서 인지 대충 끝내고 돌아가고 싶어 하는 마음에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한다. 마을 주민의 환영과 친절에도 불구하고 돌아갈 것을 재촉하는 필 때문에 일행은 마을을 떠나지만 갑작스러운 폭설로 길이 모두 막히는 바람에 뜻하지 않게 펑서토니에서 하루를 묵게 된다.
다음날 눈을 뜬 필은 성촉절인 2월 2일 어제가 그대로 반복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성촉절 안에 마치 무한루프처럼 갇힌 필은 혼란스러워하나, 이내 특유의 못된 심보를 발휘해 현실의 시간에서라면 할 수 없는(해선 안 되는) 장난들을 반복한다. 예를 들어, 마을 레스토랑에서 만난 여인과의 만남을 반복해 정보를 캐내어 마치 고등학교 동창인 양 속이고 원나잇 스탠드를 한다든가, 술을 마시곤 길거리에서 난폭운전을 해서 유치장에 간다거나 평소라면 건강 생각해서 절대로 먹지 않았을 것들을 마음껏 즐긴다거나 현금 수송 차량의 현금을 훔쳐서 호화판으로 논다거나 말이다.
매일 반복되는 날에 장난도 재미없고 슬슬 지쳐갈 때쯤 일행이던 리타를 꾀기로 하지만 늘 결정적인 순간에 따귀를 얻어맞으며 실패한다. 리타가 좋아하는 칵테일을 미리 알아두고 루프 이후 활용하는 등 수작을 부리지만 실패한다. 반복되는 실패에 리타를 꼬시는 것도 포기하고 허무함과 따분함에 지친 나머지 무한히 반복되는 일상의 원인으로 성촉절의 주인공인 마멋 '필'을 지목하고 필을 납치하여 함께 자동차로 절벽에서 뛰어내려 동귀어진 하지만 역시나 2월 2일 아침에 멀쩡히 깨어난다. 그 후 음독, 권총자살, 투신자살, 감전사 등 수많은 자살을 시도하지만 이미 죽어도 죽을 수 없는 몸, 눈을 뜨면 다시 성촉절 아침 여섯 시다. 죽은 필의 시신을 보고 마음이 한없이 착한 리타는 슬퍼하지만 카메라맨 래리는 그저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면 평소에 필의 평판이 어떤지 알 수 있다.
죽어도 죽지 못하며 계속 되풀이되는 시간 속에서 자살하는 것도 지쳐 리타에게 자신이 무한의 루프 인생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며 진심으로 속내를 털어놓는 데, 작정하고 꼬시려 했지만 실패했던 예전과는 달리 닫혀 있었던 리타의 마음의 문이 진정으로 열리기 시작한다.
리타와 함께 하루를 보내며 치유받던 필은 그녀의 조언으로 조금씩 심정의 변화가 생겨 그저 루프를 즐기기만 하던 예전과 달리 각종 선행을 하게 되며 동료들을 잘 챙겨주는 마음 씀씀이에 세심한 배려와 열정적인 모습으로 리타와 래리뿐 아니라 마을 사람들까지도 모두 필을 호감으로 보기 시작한다. 그전까지는 항상 무시하고 지나가던 구걸하는 노인을 도와주기도 하지만 안타깝게도 노인은 노환으로 그날 어떻게든 죽을 운명이었고, 아무리 무한루프의 힘으로 영원한 삶을 얻게 된 필도 그 노인의 정해진 생명까지 어떻게 할 수 없었고, 필은 "오늘은 안 된다"며 노인을 살리기 위해 갖은 애를 쓰지만 결국 살려내지 못한다. 필은 반복되는 2월 2일에서 죽는다 해도 다시 살아나지만 타인의 목숨은 그렇게 되지 않는 것이다.
영원 속에 갇힌남자그리고 사랑.
영화는 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일상에 갇힌 남자가 주인공이다. 빌머레이가 주연한 만큼 유쾌한 코미디 로맨스영화이다. 당 시대 부분의 코미디장르의 영화들 같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주제로 밝고 명랑하게 풀어간다. 만약 내가 주인공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오늘 보낸 하루가 내일도 반복된다면? 물론 영화는 좋은 이야기를 하고 싶기 때문에 반복된 일상으로 변한 남자의 가치관을 보여주며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한다. 한편으로는 내가 저런 일을 겪는다면 무섭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 이외 누구도 오늘이 반복되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나는 외롭지 않을까 생각된다. 영화의 초반처럼 이것저것 상상만 했을법한 일들을 하기도 하겠지만.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내가 알고 있는 하루가 반복된다. 특별히 하고 싶은 게 없을 때 영화나 드라마를 본다. 내가 기다리는 작품이 더 이상 나올 수가 없고 나는 내가 보고 싶은 영화나 드라마를 다 보았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것뿐이 없을 것이다. 하루를 살아가는 내 주위에는 수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하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들과 관계를 만들지 않는다면 영원히 같은 감정 속에 나는 살게 될 테니 그런 따분함은 사양하고 싶다.
남자는 어떻게 될까?
이것은 영화를 끝까지 보면 알 수 있다. 물론 영화를 보기 전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직접 보며 감독이 표현한 하루가 반복되는 세상을 즐겁게 감상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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